이런 글은 1월 1일에 올려야 하지만, 사실 당시에는 새해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다. 독서, 가계부 쓰기, 외국어 공부 등 단순한 키워드가 전부였다. 이런 식의 다짐은 결코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초에는 그렇게 생각 없이 지냈지만, 마음의 정화만큼은 늘 절실히 바랐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여행. 지난 설 연휴에 6년 만에 다시 교토에 가서 여행도 하고, 목표도 세우고, 구체적으로 로드맵도 그리며, 정신 요양을 하고 왔다. 고질적인 향수병으로 그 어디에 있어도 다른 어딘가가 그리워지는 나에게, 교토에서의 3박 4일은 최고의 약이었다. 특히 시센도(詩仙堂)에 있었을 때, 사진 속의 시시오도시*가 내는 '딱' 소리는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나의 부질없는 비관적 잡념들을 말끔히 날아가게 해 주었다.

교토에서 그린 로드맵을 여기에 올려본다. 사실 개인의 계획을 블로그에 올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책임감을 갖게 되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곳이기도 하고...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로드맵 대로 잘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할 계획이다.


0. 군사훈련(2월 9일~3월 8일, 4주간)
이것은 특이사항이다. 나는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병역특례자로, 2월 9일부터 3월 8일까지 4주간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군사 교육을 받는다. 가급적 일찍 다녀와야 속이 편할 것 같아서 자진 신청했지만, 솔직히 추위는 좀 걱정된다. 게다가 육군 훈련소에 있을 때는 바깥 세상보다 시간이 훨씬 천천히 흐른다고 하던데...

1. 독서

독서 운동은 선배 두 명과 한 달에 5만원씩 걸어서 하고 있다. 나는 52권으로 목표를 정했고, 스프레드시트에 읽은 책의 수와 내용을 기록하며 목표량을 채울 것이다. 100%를 채우면, 1년 동안 건 돈을 다 돌려받지만, 반도 못 채우면 모두 잃는다. 1월 26일 현재까지 읽은 책은 총 4권으로, 아직은 순항 중인 듯. 단, 1분기에는 군사훈련 기간 4주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목표량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했다.

2. 블로그

개별 포스트에 공과 애정을 들여서 올릴 것이다. 감상문도 올리고, 하소연도 올리고... 단, 글 수가 적은 사진 위주의 포스트는 0.5개로 취급할 것이다. 폐가가 된 내 블로그를 다시 한 번 살려 봐야지. 잘 살려서 방문자가 늘어나면 나중에 구글한테 용돈도 받을 수 있다.

3. IT 관련
병역특례로서 하는 일의 특성상, 프로그래밍 능력은 필수다. 이것저것 배우고 있고, 하반기에는 재미있는 아이폰용 앱을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릴 계획이다. 그런데 아이폰 앱 제작을 구실로 맥북을 사 버리면 안 될텐데... 지름신의 유혹을 잘 견뎌내는 것도 올해의 목표로 추가! 왜냐하면, 나는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이니까...

4. 외국어

내 자랑이다. 4개국어(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그랜드슬램은 스무살 때 10년 안에 달성하기로 마음 먹은 목표다. 영어와 일본어의 경우, 적어도 공인시험 성적만으로는 달성했다고 생각하며, 중국어도 작년 10월에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어학원에서 배우고 있고, 군사 훈련을 마치고 나면 바로 HSK 시험도 준비할 계획이다. 솔직히 일본어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의지를 갖고 계속 배우는 수밖에...

일본어는 런던에서 일본인들과 자취한 것을 계기로 흥미를 갖게 되었고, 특히 일본인과 교제를 한 시절에는 저돌적으로 배웠다. 이미 JLPT 최고등급(N1)을 갖고 있지만, 병역특례 전직을 준비할 올 하반기에는 갱신을 해야 한다. 물론, 갱신만 할 것은 아니다. 급수 내에 있는 점수 경신도 할 것이다.

영어는 내년에 열심히 해야 할 듯.

5. 공부
아직 사회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공부를 하지 않으니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 도태되는 기분이랄까? 학생 때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 것도 아니면서... 왜 사회인이 되고 나서야 공부가 하고싶어 진 것일까? 나는 내 본분이 뭔지 잘 파악을 못하는 것일까? 여하튼 뒤늦게나마 흥미가 생겼으니, 이전부터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경제학과 세계사를 즐겁게 공부해 보고 싶다.

6. 운동

영국 유학 시절, 도서관에 있었을 때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잔 학생들은 모두 동양인이었다. 영국인 학생들은 좀처럼 책상에 엎드려 졸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력이 동양인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것이다. 이걸 깨닫고 충격을 받은 나는 이후로 몸 만들기보다 체력 향상을 위한 운동을 추구하게 되었다.

일단 군사훈련 기간 동안 5kg를 감량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유학 시절의 내 체중은 65kg였는데, 지금은 70kg가 넘는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나이키 10km 레이스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하프 마라톤도 해 보고 싶어졌다. 완주의 기쁨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꼭 체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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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도시(鹿威し) - 대나무 통에 물이 가득차면 한 쪽으로 물이 쏟아지면서 그 반동으로 반대편 쪽이 돌을 때려 소리를 내는 장치. 본래 산짐승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따금 정적을 깨는 소리가 제법 운치 있다.
**전문연구요원 - 석사를 마친 후 기업 내 R&D 분야나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혹은 박사 과정 수료 후 학교 안에서 3년 동안 연구하는 것으로 병역을 대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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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vroc 2012.01.27 13:33

    100% 목표 달성을 기원합니다!!!

  2. jw 2012.01.30 12:54

    안녕하세요 저도 2월9일 전문연구요원으로 ㅋㅋ 논산입소합니다 그때 뵐수있겠는걸요 ? ㅎㅎㅎ 이제 몇일 안남았네요 ㅠ

  3. daymay 2012.02.19 22:27

    우아 ! 보러 왔다가 꼼꼼한 로드맵에 한수 배우고 가요 ^^

    • corvo 2012.03.10 08:02 신고

      에고, 감사합니다. 부끄럽네요. 사실 정작 필요한 것에는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성격이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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