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디츠 (Bandits, 1997)

감각/감상문 | 2012. 6. 1. 15:58 | corvo

 

내가 헐리우드 영화보다 유럽 영화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결코 영화에 조예가 있어서가 아니다.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나에게는 유럽의 풍경과 정서가 훨씬 친숙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 머문 것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환승 비행기를 기다린 한시간이 전부다. 이 리뷰도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가 나온 헐리우드 영화 <밴디츠Bandits>가 아니라 독일 영화 <밴디츠Bandits>에 대한 것이다.

 

<밴디츠>는 음악 영화다. 교도소에서 여자 죄수들이 밴드를 결성하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영화 중간 중간에도 음악 씬이 여러 차례 나온다. 특히 영화의 히로인이자 밴드의 보컬인 루나(야스민 타바타바이Jasmin Tabatabai 분)는 독일-이란 혼혈의 독특한 외모 못지 않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수록곡 중 <Another Sad Song>을 작사/작곡하였고, 다른 곡들도 직접 연주한 싱어송라이터다. 내가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의 아리송한 표정과 목소리가 워낙 신비로워서인지도...

 

 

'밴디츠Bandits'라는 밴드 이름은 영어로는 '노상강도'고, 라틴어로는 '금지된 자'를 뜻한다고 한다. 영어로 해석하든, 라틴어로 해석하든, 탈옥이라는 금지된 행동을 저지른 이 죄수들에게 밴디츠는 적절한 이름이다. 게다가 그들 자신도 밴디츠가 밴드band와 가슴tits의 합성어라 여기고는 무척 흡족해 하여, 이를 계기로 강한 유대감까지 갖게 된다.

 

그들은 틈을 노려 우발적으로 탈옥하지만, 도망을 칠 뿐, 결코 숨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기를 바라서 방송사까지 찾아가 자신들을 세상에 알리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얻은 유명세와 인기를 만끽한다. 그리고 음악으로 열정을 발산하고, 탈옥을 함으로써 자유를 누리며, 사랑을 갈망한다.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여는 게릴라 콘서트나 그들만의 연주가 그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들의 자유는 곧 열정이고, 사랑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저녁 노을 아래서 <Catch Me>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 특히 퍼커션 도입부가 가장 인상 깊었다. 붉은 하늘과 퍼커션에 압도 당하여 그곳의 공기가 느껴질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전해졌고, '자유=열정=사랑'이라는 그들의 정의도 바로 이 장면에서 잘 드러났다. 그리고 연주와 노래를 마치고 그들이 '완전한 자유'를 향해 달려가 손을 뻗는 모습은 머리 속을 한참 동안 떠나지 않아 심란할 지경이었다. 그들에게는 감격적인 순간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몹시 안타깝고 슬픈 순간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들의 행동은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성의 통제 없이 그저 욕구를 분출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밴디트가 될 마음도, 될 수도 없지만, 그들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삶만은 누리고 싶다는 동경의 마음이 생겼다.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을 만큼 열정을 발산하며 사는 삶, 사랑의 힘이 지지하여 아무 것도 두려운 게 없는 삶, 그리고 자유로운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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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vroc 2012.06.01 23:47

    와, 나도 봐야겠다.

  2. Elly 2012.06.22 11:51

    와, 나도 봐야겠다. ㅎㅎ

  3. angie 2013.11.19 21:18

    저도 보고싶네요ㅎㅎ

  4. 김수아 2014.08.22 14:09

    어릴때 보고 완전 좋아서 ost 까지 샀는데 지금 이영화 다시 보려니 구할수가 없어요 ㅜㅜ 혹시 아직 소장하고 계신가요??

    • corvo 2014.08.23 19:18 신고

      안녕하세요? 저도 이 영화 정말 좋아해요. corvo@tistory.com으로 메일 주시면 보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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