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추석 연휴가 낀 주에 휴가를 내어 기어코 일주일 동안 여행을 겸하여 용무를 보고 왔다. 보잉 본사(비행기 제조사), 스타벅스 1호점, 잠 못 이루는 영화 등으로 오래 전부터 동경했던 미국 시애틀, 그리고 한국 유학생이 많다는 이미지만 갖고 있었던 캐나다 밴쿠버에도 들렀다. 어디가 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지, 즉, 어디에서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나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시공간이었다.

 

우선 시애틀부터.

 

 

 

시애틀에 가는 여정은 길었다. 인천에서 시애틀에 바로 가는 항공편도 있지만, 항공권이 비싼데다 개인적으로 직항편을 선호하지 않는 관계로 외항사의 경유편을 택했다. 먼저 도쿄 나리타 공항을 경유하여 밴쿠버에 갔고, 밴쿠버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를 직접 몰고 캐나다-미국 국경을 넘어 시애틀로 이동했다. 미국 입국수속은 좀 번거로웠지만 까탈스럽지는 않았고, 오히려 수속 중에도 미국 땅을 밟는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2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 갔을 때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50분간 머문 적도 있고, 행정상으로 캘리포니아 주에 속하는 드래곤힐(Dragon=용, Hill=산) 미군기지에 간 적도 있지만, 진짜 미국 땅을 제대로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배가 고파서 근처의 휴게소에 들렀다. '버거의 본고장'에서 오리지널 미제 버거와 감자튀김을 여유롭게 먹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그 후 워싱턴주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정도를 더 달리자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니들과 고층건물들이 눈에 띄었는데,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분명 직항편보다 훨씬 가치 있는 여정이었다.

 

참고로, 렌터카로 돌아다니는 동안 iOS6로 새로 업데이트한 아잉폰 기본 지도를 내비게이션으로 썼는데, 역시 미국은 버거뿐 아니라 '아잉폰의 본고장'이기도 하기에, 내비도 제법 쓸만했다. 내비게이션 좀 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남자는 내비를 못 믿고, 내비도 남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하지만 아잉폰 내비는 사용성으로 보나 디자인으로 보나 나와 궁합이 참 잘 맞았다. 덕분에 전혀 길을 헤매지 않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첫날에는 긴 여정에 지쳐 간단히 Pike Place Market 주변에서 대충 밥을 먹고 밤길을 돌아다니다 숙소에서 푹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제일 먼저 둘러본 곳 역시 Pike Place Market. 아침 겸 점심으로 클램 차우더를 먹었는데, 샌드위치와 세트로 주문을 했더니 아쉽게도 수프가 종이 그릇에 담겨져 나왔다. 다음에는 클램 차우더만 시켜서 빵으로 만든 밥그릇까지 다 뜯어먹으리라. 엄청 맛있다.

 

 

 

 

 

 

 

Pike Place Market는 주로 수산물을 파는 시장이다. 내부는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파는 것들도 먹음직스럽게 단장되어 있다. 몇몇 가게 주인들은 시식을 해보라며 음식을 아낌없이 건네주었고, 손님들의 얼굴에도 여유가 보였다.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꼬마 아이에게 귀엽다고 말했더니, 그 꼬마 아이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손자 자랑을 했다. 시애틀 사람들은 같은 서양인인데도 유럽인들과는 달리 인심도 좋고, 따뜻해 보여서 기분 좋게 머물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1호점이 바로 Pike Place Market에 있다. 이곳의 로고는 특별하다. 다른 일반 매장과는 달리 대로변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없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한 소박한 분위기에는 누구라도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 앞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기타 연주도 한다.

 

 

 

 

 

 

 

시애틀 도시 경치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에서... 꼭대기에는 360도로 천천히 회전하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연인들은 중요한 날에 이 레스토랑에 와서 야경을 감상하며 사랑을 속삭이겠지? 여기서 저녁 식사를 하려면 최소 두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Argosy Cruise라는 회사의 크루즈를 타고 바다에서 시애틀 도시 경치를 또 감상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떠올리며, 시애틀에서의 삶을 상상하고 꿈꾸었다.

 

 

 

 

내가 시애틀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 바로 해머링맨이 있기 때문이다. 해머링맨이 설치되어 있는 도시에는 다 가보고 싶다. 서울,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시애틀은 내가 해머링맨을 직접 본 세번째 도시가 되었다. (인증샷도 블로그에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해머링맨, 서울의 해머링맨)

 

 

 

 

Seattle Coffee Works라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휴식

 

 

 

 

오후 6시 반이 넘으니 어느덧 뉘엿뉘엿. 다시 Pike Place로 돌아왔다. 네온 사인 등이 켜진 Pike Place Market의 간판도 은근히 운치있는 듯.

 

 

 

 

저녁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재즈 나이트클럽(Dimitriou's Jazz Alley)에서 연주를 감상했다. 원래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들어가면 입장료로 30달러를 내야 하는데, 숙소에서 쉬느라 한 시간 늦게 갔더니 공짜로 들여보내주었다. 사실 여기는 '사전답사' 차원에서 찾아가본 곳이다. 청담동의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과 비슷한 곳일 테니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갔더니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손님 대부분이 중년 혹은 노인들이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했을 때 청담동의 재즈 카페는 분위기를 띄워 허세를 부리기 위한 곳 아닌가?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재즈를 즐기는 방법을 잘 아는 것 같았다. 뜨끔했다.

 

내가 그나마 젊은 사람들(30대 중반으로 보인 백인 커플)을 찾아 근처에 앉고 있는 동안, 노래를 부를 흑인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무대에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위태로워 보였는데, 정작 무대에서는 할머니의 포스가 가공할 만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여자 재즈 보컬들의 음성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여기에서 들은 재즈 연주와 노래는 더더욱 즐겁고 값지게 들렸던 것 같다.

 

 

소박한 모습도 공존하는 낭만적인 도시



전체적으로 시애틀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한 곳은 아니었다. 도시 규모도 생각보다 작았고, 화려한 도시 풍경과 더불어 소박한 모습도 공존하고 있었다.

 

사실 시애틀에는 단순히 관광만을 목적으로 머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내 미래를 위한 용무를 보기도 했다. 출국 전에는 '다시 일상에서 서양인들과 부딪히며 사는 삶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확고하게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 사회 생활을 하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 경쟁이라면, 여기서 경쟁하여 이기고 싶다고... 그것이 한국인으로서 애국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할 테니까...

 

Canon EOS 40D (사진에 corvo로 표기)

iPhone 4S (사진에 corvi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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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4 08:26

    비밀댓글입니다

    • corvo 2012.11.05 11:26 신고

      안녕하세요? 단순 관광이 목적이라면 캐나다는 무비자로 입국 가능합니다. 다만 시애틀에서 육로로 캐나다에 입국하실 경우, 캐나다 출국(귀국편) 항공권을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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