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획 중 하나인 하프 마라톤을 실행에 옮겼다. 서울시 주관 마라톤 행사인 2012 희망서울 레이스에 참가하여 21.0975km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10km 레이스에 고작 두 번 참가한 것이 전부인 나에게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지난 9월 한달 동안 트레드밀에서 30분 안에 7km를 뛰며 단련한 것을 믿고 한번 객기를 부려봤다.

 

 

코스는 위 그림과 같다. 아마추어로서 "마라톤 좀 해봤다"라고 말하려면 하프는 1시간 40분 이내에 주파해야 하지만, 나는 첫 도전이므로 목표 기록을 넉넉하게 2시간 이내로 잡았다. 거리를 전반부 11km와 후반부 10.0975km로 나누어 각각 1시간 이내에 뛰는 것이 유일한 작전이었고, 페이스 유지를 위해 손목에 찬 스톱워치를 수시로 보며 달렸다.

 

전반부 11km는 56분만에 주파했고, 이후로도 15km까지는 매 1km를 5분 내외에 달렸다. 하지만 16km 지점을 통과한 이후로 다리가 급격히 무거워져 페이스를 잃었다. 아직 하프 마라톤을 무난히 뛰기에는 하체 운동량이 모자랐던 것 같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심지어 물을 적시거나 마시는 곳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10km 레이스 참가자들과는 달리 하프 마라톤 코스에서는 도중에 걷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걸으면 창피할 것 같았고, 이후로도 계속 걷게 될 것 같았다.

 

 

 

혼자 나간 거라 인증샷을 찍어줄 사람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나의 골인 장면을 어떤 촬영 회사가 도촬해주었다. 공식 기록은 1시간 58분 23초. 남자 완주자 1551명 중 875위로 상위 56%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2시간 이내 완주 목표는 달성했지만, 상위 50% 이내에 들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2~3분만 빨리 들어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첫 도전 치고는 무난한 결과였다며 생각날 때마다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 하체를 좀 더 튼튼하게 키운다면 다음 번에는 기록을 10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오래달리기는 지루하고 힘들다. 특히 이번에 처음 도전한 하프 마라톤은 10km 레이스와 차원이 다를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라톤에 푹 빠진 이유는 골인 지점을 통과할 때의 희열 때문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보람감, 그리고 이로 인해 얻는 자신감이 나에게 무척 소중하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점점 더 강해지는 선순환을 유지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나이가 만으로 스물 일곱인데, 서른이 되기 전에 풀 마라톤도 완주해 보고 싶다.

 

---

덧. 아래 사진은 마라톤 출발 지점에서 옷을 갈아입기 전에 찍은 것이다. 제목은 '조금 치명적인 오타'.

 

 

2012년 10월 14일

대한민국 서울

 

 

댓글을 적어 주세요 (Add New Comment)

  1. 아레아디 2012.10.17 21:29 신고

    저도 언제 한번 가능하다면 도전한번 해보고 싶네요..ㅎ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 corvo 2012.10.22 17:42 신고

      네, 꼭 도전해보시길! 아레아디 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하시는 일도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2. 지나가다 2012.10.20 12:22

    트레드밀에서 30분에 7km면 잘 달리는거임.
    16km에서 페이스를 잃은건
    에너지 고갈이 아닌가 싶음.
    대회장에 가면 파워젤을 파는데.
    2개 사서, 1개는 먹고출발, 1개는 10km쯤에서 달리면서 먹어 보3.
    나이 적을 수록 대사가 빨라 쉽게 에너지가 고갈됨.
    그날도 10km쯤에서 파워젤을 주었는데
    그걸 먹었어야 함.

    • corvo 2012.10.22 17:44 신고

      에너지 고갈이 문제였군요. 소중한 코멘트와 조언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10km 지점에서 그거 봤는데 '저것은 뭥미?'하면서 지나쳐 버렸어요.ㅠ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