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참가한 러닝 행사는 2011년 가을에 있었던 나이키 위런서울NIKE WE RUN SEOUL 10k다. 당시에 사귄 여자친구의 권유로 함께 달렸고, 이를 계기로 마라톤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작년에는 광클 내공이 부족하여 참가 신청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같은 사람과 달렸다. 다만 연인 관계에는 종지부를 찍었고,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좋은… 부부 관계로 지내고 있다! ^^;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늦게 대회가 열렸다. 껴입을 옷을 많이 팔아먹으려는 나이키의 상술 같았다. 출발 50분 전부터 대기 행렬의 앞자리에서 기다렸는데, 어찌나 춥던지… 나도 나이키의 호갱이 되어 타이즈와 긴팔 티셔츠를 샀지만,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기 행렬에 북적북적 모인 다른 참가자들의 체온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출발지점인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시청까지는 이리저리 인파를 헤집으며 나가야 했지만, 이후로는 빨리 달리는 사람들만 듬성듬성 남아서 부대낌 없이 달릴 수 있었다. 병목현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으니 노르스름하게 저물기 시작한 햇빛도 제법 분위기 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낭만은 찰나에 불과했다. 강한 맞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내리막길인 충정로 구간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것이었는데, 바람 때문에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가지 않았다. 특히 마포대교를 건너는 동안에는 살짝 휘청거렸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맞바람을 계속 마주하다 보니 속도를 내려는 의욕이 떨어져서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풀 마라톤이었다면 완주가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지만, 10km라 페이스를 크게 잃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기록은 45분 59초로, 목표 기록에는 1분 정도 모자랐다. 그래도 다음 번에 더 잘 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별로 없다. 12월 하순에 있을 뉴트로지나 노르딕 레이스 10k와 내년 2월에 나갈 도쿄 마라톤 대회를 꾸준히 준비한다면, 10km 러닝 기록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 같다.

 

덧. 사실 이번에는 아내와 처음부터 따로 달렸다. 아내는 기록에 욕심 내는 나를 이해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서운했던 모양이다. 러닝의 세계에 끌어들였더니 배신이나 하고... 앞으로 나이키 위런서울이나 뉴발란스 뉴레이스에 나갈 때는 무조건 아내의 페이스에 맞춰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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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lly 2013.12.06 16:34

    러닝의 세계에 끌여들였더니 배신이나 하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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