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피닉스Phoenix의 첫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몇 해 전 W호텔에서 'Lisztomania'라는 곡을 듣고 좋아하게 됐는데, 이번 공연장이 공교롭게도 W호텔에서 불과 수 백 미터 떨어진 유니클로 악스였다. 공연 당시에도 W호텔의 일부 투숙객들은 객실에 비치된 컴필레이션 CD를 들으며 'Lisztomania'도 접했을 텐데... 한국에, 그것도 바로 근처에 그 음악의 주인공이 있다는 사실을 안 투숙객은 있었을까? 입장을 기다리며 문득 떠올려 본 재밌는 상상이었다.

 

 

1층 스탠딩석에서 각자 따로 노는 몸을 소심하게 흔들며 관람했다. 이디오테잎Idiotape이라는 국내 일렉트로닉 밴드가 30분 동안 기조 공연을 한 후, 20분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피닉스가 등장했다. 한반도와 한국 드라마를 모티프로 만들었다는 'Entertainment'로 시작하여, 'Lasso', 'Lisztomania', 'Run Run Run', 'Consolation Prizes', '1901' 등 그동안 아잉폰으로 들으며 좋아한 음악들을 대부분 실제로 보고 들었다. 사실 원래부터 피닉스를 알고 있던 관객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멜로디와 퍼포먼스에 신이 났는지 거의 모두가 흥분하고 열광했다.

 

피닉스의 음악은 요새 나오는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에 비해 멜로디가 덜 건조하고, 프랑스 특유의 전자음악 감성도 절묘하게 섞여 있어 개인적으로 참 듣기 편하다. 공연에서도 춤을 추게 만드는 곡, 포크에 가까운 서정적인 곡, 몽환적인 곡 등이 적시에 나오며 완급이 조절됐고, 이따금 무대 뒤에서 나오는 비디오 아트도 훌륭했다. 특히 1980년대의 파리 중심가의 자동차 드라이브 영상은 역설적으로 상당히 모던하고 세련되게 느껴졌다.

 

 

압권은 공연 마지막이었다. 메인 보컬인 토마스 마스Thomas Mars가 크라우드 서핑 직후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 올리는 진풍경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첫 곡인 'Entertainment'를 다시 부르며 모두와 함께 방방 뛰었다. 관객들에 대한 친화력과 용기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감탄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연일체를 넘어 물아일체가 실현된 그 광경이 몹시 우스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

 

새삼스럽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을 직접 보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특히 먼 나라에서 온 뮤지션일수록, 한국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뮤지션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피닉스의 내한은 너무나도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었다. 공연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내가 유럽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갔을 때, 내 몸에 남아 있던 공연 열기 때문에 영하 10도의 밤 공기 마저도 참으로 상쾌하게 느껴졌다. 모처럼 심신이 가벼워짐을 느끼며 신나게 달린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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