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5일, 도쿄에서 찍은 혐한혐중 시위 현장

 

욱일기 사용에 대한 일본인들의 입장은 대체로 이렇다.

 

"일제시대 이전부터 쓰인 일본의 국기 중 하나다. 해상자위대에서는 지금도 쓴다. 욱일기는 전범기가 아니라 일장기 같은 국기이며,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문제될 것 없다."

 

특히 트위터에서 본 어떤 일본인은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욱일기를 보고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 그러나 그것을 쓰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기중심적이고 염치 없는 주장. 일찍이 미국으로부터 공격 받은 나라들 중에 성조기를 보고 불쾌감을 느낀 사람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쓰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旭日旗を見て不愉快に感じるのはその人の自由。でもそれを使うなというのはあまりに自己中心的で身勝手な主張。かつて米国から攻撃を受けた国には星条旗を見て不愉快になる人が多数いるが、だからといってそれを使うなとは言わない。)"

 

위의 주장에는 이런 비판이 가능하다.

 

(1) 스와스티카/하켄크로이츠 역시 나치가 새로 고안한 도안이 아닌, 전통적인 아리안-게르만 민족이 사용해오던 도식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육군 및 해군이 욱일기를 각자 도입해서 쓴 것이고, 이는 나치가 전통적인 하켄크로이츠를 자기네 도안으로 써먹은 것과 매한가지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현재도 이걸 군기로 쓴다는 것은 이 점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상자위대가 정신나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피해자 입장에서 과거의 상처가 떠오르고 수치스럽다는 것만으로도 욱일기 사용에 저항할 명분은 된다고 본다. 물론, 타인에게 심리적 고통을 가하는 것에 귀책을 하는 것은 사실 법리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위의 일본인의 주장을 그대로 대입해 보면, 성희롱이나 명예훼손 등의 모욕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것 역시 피해자의 자유가 된다는 허점이 있다. 그리고 일본과는 달리 미국은 성조기를 휘날리며 피해국과 그 사람을 헐뜯지는 않는다. 모욕에 저항하고 당사자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것을 염치없고 자기중심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설령 성조기와 욱일기가 동일하게 불쾌감을 가져다준다 하더라도, 양자의 게양이 차이가 있는 것은 2차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미국은 '좋은' 연합군이었던 반면 일본은 '나쁜' 추축국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법리적으로도 명백하다. 멀쩡하고 좋은 사람을 특정 장소에 연금시키는 것은 나쁜 짓이지만, 나쁜 사람을 법에 따라 특정 장소에 연금시키는 것은 '올바른 법적 집행' 혹은 '징역'이라고 부른다. 이 때 '어째서 일본이 나쁜 나라였냐'고 한다면 이는 곧 '어째서 추축국이 나쁜 집단이었느냐'가 되는 것이고, 이 시점에서 곧 우리는 그들이 독일과 달리 반성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주요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욱일기와 일장기(히노데)의 유사성 때문이다. 나치기와 현재의 독일 국기와의 차이를 고려해볼 때 나치기와 동등수준의 비교를 통해 일본인들을 설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이야 재특회와 넷우익들이 욱일기를 하도 흔들고 다녀서 욱일기의 정치적 의미가 많이 강해졌지만, 사실 일본인들은 대부분 욱일기와 일장기의 상징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 비교적 한국에 호의적이고, 진보 성향을 가진 아사히 신문의 마크도 욱일기의 형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증거라 할 수 있다.

 

성조기나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국기에 대한 반발이 다른 식민지 국가들에서 많이 보인다면 욱일기 상징에 대한 반발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좀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욱일기 상징에 대한 해석과 그에 대한 공격에는 법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한계가 있다. 즉, '확실한 한 방'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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