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글: 신혼여행 1 - 몰디브 (Maldives)

 

신혼여행은 두 종류가 있다. 돌아다니는 여행, 그리고 쉬는 여행. 나는 원래 신혼여행지로 남유럽이나 캐나다에 가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싶었고, 몰디브 같은 휴양지는 아내가 원한 것이었다.

 

이는 철저히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지금 나는 아내의 뜻을 따라 후자를 택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일단 성공 확률이 낮다. 유부월드의 친구들을 보면, 전자를 택한 부부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싸우고, 하루 이상은 어색한 침묵을 겪으며 여행을 망친다고 한다. 그리고 후자의 여행을 한 번 더 가려고 한다고...

 

무엇보다 나는 신혼여행으로 몰디브와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근심 없이 쉬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가치를 다시 갈망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이런 바다 풍경이 제일 먼저 보였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가끔 천둥번개까지 치는 스콜이 내리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장을 보태면, 마치 영화 <라이프오브파이>에서 바다 한 가운데 고립되어 육지와 문명을 찾던 주인공, 파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조식은 숙박료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영국 유학 시절 많이 먹었던 레드빈과 해시브라운 감자튀김, 소시지, 베이컨, 게다가 동남아식 볶음밥과 면까지... 심지어 김치도 먹을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총집합이다.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며 휴식 중

 

 

 

 

 

몰디브의 리조트에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호텔 안에도 즐길 거리가 제법 많다. 맨 아래 사진은 아내가 무리하게 포즈를 잡고 당구를 치는 모습.

 

 

 

그래도 역시 메인은 바다다. 특히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노클링을 했다. 더 멀리, 더 깊은 곳까지 가서 바다 속을 구경하고 싶었다.

 

 

 

 

아내가 마사지를 받는 동안 나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래 생각, 사람 생각도 하고, '리조트는 물과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받지?', '쓰레기는 어디다 치우지?' 이런 호기심도 가져 보고... 물론 가장 지배적인 생각은 '언제 마사지가 끝날까?'였다.

 

 

 

 

바베큐 음식을 하는 곳. 원하는 고기와 생선, 야채 등을 집어서 요리사에게 주면, 구워서 갖다주는 방식이다.

 

 

 

 

요트는 몰디브 리조트를 떠나기 전 날 저녁에 탔다. 몰디브에 있는 동안,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가 몰디브를 떠나는 날에 체크인하여 들어오는 사람들이었다.

 

 

 

 

리조트를 떠나고, 싱가포르로 가기 전까지 반나절 정도 시간이 남았다. 수상 비행기를 타고 말레(몰디브 수도)로 돌아왔더니 말레 투어를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계심 반 호기심 반의 기분으로 투어 가이드를 따라 말레를 구경했다. 위 두 사진이 바로 말레에서 찍은 것이다.

 

말레는 그냥 사람 사는 곳이다. 여의도보다 작은 섬에 10만 인구가 살아가니, 건물과 사람의 밀도가 상당하다. 게다가 몰디브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가 스리랑카, 인도인데 거기조차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비좁은 섬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가엽게도 느껴졌다. 현지인과 여행객의 삶의 괴리가 이만큼 다른 곳이 또 얼마나 있을까?

 

새삼 결혼을 하고,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사실 이 때도 '내가 과연 이런 여유를 만끽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죄책감이 한 켠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 때와 같은 여유를 다시 만끽하려면 오랫동안 사회에서 풍파도 겪고, 성과도 이루어야 하겠지. 다시 가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나 자신에게 더욱 정당해지고 싶다.

 

Canon EOS 40D

몰디브

2013년 6월 2일 ~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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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루 2014.10.23 03:37

    사진이 너무 이뻐서 내가 다 다녀온것 같아- 가고싶다!!! @-@

    • corvo 2014.11.07 08:49 신고

      앗, 폐가가 되어가는 블로그를 잊지 않고 구경해줘서 고마워~ 이제 의사 되셨나? 미국에도 좋은 데 많지만, 휴가 얻으면 몰디브 싱가포르도 가보길!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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