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오고 나서는 늦가을이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가 되었다. 썸머타임이 끝남과 동시에 밤도 순식간에 길어져서 나는 이 시기를 늘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시기'라고 부를 정도다. 그래서 요즘은 방에 있을 때 항상 한국 라디오를 틀어놓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9시간의 시차 때문에 새벽 프로 밖에 들을 수 없지만, 오히려 메인스트림 연예인들이 DJ하는 밤 시간대 프로보다 훨씬 듣기 편하다. <이주연의 영화음악>, <문지애의 뮤직스트리트>, <하동균의 라디오데이즈> 등 한국 시각으로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하는 프로들을 주로 듣는데 영국에서 한국 라디오를 듣는 동안에는 잠을 참지 않아도 한국의 새벽 분위기에 빠질 수 있어서 좋다. 내 감정이 메마르는 것을 막는 훌륭한 보습제 역할을 라디오가 해주고 있는 셈이다.

오만가지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하는 이 가을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 인생 23년 세월 중 가장 다사다난했던 이 가을이 분명 특별한 시기로 오랜 세월동안 기억될 거라는 것. 긍정의 힘을 믿어보련다.

Lumix DMC FM3
영국 노팅험 월라튼 파크 (Wollaton Park, Nottingham,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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