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시네코아에서 단독으로 개봉한다는 이 영화의 포스터를 우연히 보고, 그 자리에서 망설임없이 곧바로 예매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볼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사카모토 류이치, 그리고 미야자와 리에 콤비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타당했다. 각각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설가, 뮤지션, 여배우니까... 미야자와 리에의 경우 나카타 히데토시와의 술자리 키스 사건(!)으로 실망하긴 했지만... 뭐 어디까지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라고 애써 주입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하루키의 소설 중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미야자와 리에가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남자인 나로서 눈이 즐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은 지루했고, 분명 '재미있는 영화'와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본 그 어느 영화들보다도 색채가 짙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도시의 일상 속 무미건조한 고독'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차가운 피아노 선율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고, 심지어 영화가 끝나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도 나는 그 색채의 여운에서 한참동안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영상미가 매우 뛰어났고, 연출자가 하루키의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기울였는 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영화는 고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나의 경우 특히 연애에 대해서... 지난 해까지만 해도 나는 연애를 할만큼 마음이 여유롭지도 않다고 생각했고, 연애는 귀찮은 것이라고 믿었다. 연애에 흥미가 생긴 것은 올초부터였다.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 지, 연애가 해보고 싶어졌다.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연애를 한다면 여자친구가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마음이 혼자일 때보다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났더니 어느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었다.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으니까... 그저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토니 타키타니처럼...

댓글을 적어 주세요 (Add New Comment)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