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 그땐 몰랐던 일들

감각/감상문 | 2009. 7. 21. 13:17 | corvo

윤상 형님의 음악과 윤상이라는 사람을 일편단심으로 좋아한 지도 무려 18년이나 되었다. 그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뮤지션이자, 내 성장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특히 신디사이저의 패드음(EP음반인 <Insensible>에 수록된 '마지막 거짓말' 등)으로 전해지는 그의 감성을 눈감고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행동은 이미 오래전에 깊이 박힌 나의 습관이다.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1991년으로, 당시 내 나이는 일곱살이었다. 유치원생들은 밤 아홉시에 잠들어야 한다고 교육을 받는데, 밤 열시에 시작했던 '밤의 디스크 쇼'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를 알게 되었으니, 나는 상당히 불량한 어린이였던 셈이다. 물론, 자발적이었던 게 아니라, 그의 음악을 접할 수밖에 없던 환경에서 자랐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음악에 대한 나의 관심 영역이 015B나 Toy,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등으로 자연스럽게 향하였던 것은 틀림없다. 나의 감수성에 대한 형성도를 Tree Diagram으로 표현하자면, 그는 최상의 위치에서 줄기 역할을 해준 것이다.

각설하고, 학수고대했던 그의 6집 <그땐 몰랐던 일들>이 지난 7월 초에 발매되었다. 수록된 곡들을 듣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1번트랙인 '떠나자'부터 임팩트가 강한 전자음으로 시작되는데, 하나씩 하나씩 듣고 나면 분명 멜로디 측면에서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진보적이면서도 미니멀한 소리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들려주는 전자음은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고, 거기에 그의 음성이 더해져 더욱 따뜻하게 들린다.

다소 실험적이었던 4집 <이사>와 5집 <There is a Man>에 비해서는 윤상 형님 특유의 음색이 더 안정적이고, 짙게 배어있는데, 타이틀곡인 '그 눈 속엔 내가'는 그의 데뷔 초기 시절 곡인 '이별 없던 세상'과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물론 나 자신은 개인적으로 그의 음반에 '타이틀곡'이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어느 것도 놓칠 수 없을 만큼 모든 수록곡들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편지를 씁니다'와 '기억의 상자를 열다'가 마음에 든다.

'이별의 그늘'이나 '가려진 시간 사이로'처럼 십수년 전에 나온 그의 음악을 지금도 자주 듣고 있듯이, 십수년이 지나도 변함 없이 들을 명반이 하나 더 생겨서 무척 기쁘다. 아, 앞으로 살아갈 세월이 더 길테니 십수년이 아니라 수십년이라고 표현해야 맞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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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르 2009.07.22 01:41

    윤상 님께서 결혼을 하시고 정착을 하셔서 그런지
    음악적인 코드가 좀 어두움에서 밝은 곳으로 나온듯 한 느낌?
    이별의 그늘 나 완전 좋아해.
    새 앨범 다른 곡들도 좀 들어봐야겠다.
    난 아직 누군가의 음악을 멋대로 왈가왈부할 사람은 아니니깐.

    • corvo 2009.07.22 21:46 신고

      어제 모처럼 라디오(푸른밤)를 진행하셨는데 듣고 있다가 1991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 났어.ㅋㅋ 윤상 형님만의 멜로디라인이 이번 음반에 좀 더 진하게 나온 것은 정말 네 말대로 결혼하시고, 정착을 하셔서일 수도 있겠다. :)

  2. 로프트쥔장 2009.07.31 20:27

    어머 윤상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윤상 세대라고 보긴 애매한데,ㅎㅎ. 워낙 명곡이 많아서.

    • corvo 2009.08.01 04:45 신고

      윤상 세대는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윤상 형님을 알게 된 데는 나름의 큰 계기가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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