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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온 피렌체와 밀라노가 이탈리아의 전부는 아니다. 나팔소리같은 이탈리아 특유의 구급차 싸이렌이 들리고, 정신도, 질서도 없고, 지저분하면서도 아름다운 곳. 그리고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곳이 이탈리아다. 무엇이든 깔끔한 것이 최고라고 착각했던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본 것이 일종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새로운 세상의 매력을 알게 해준 영화였다. '50일간의 나홀로 이탈리아 여행'을 기어코 실행으로 옮겨낸 것도, 이 영화가 최초의 계기였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가족인 어머니와 자신을 위해 군입대하여 코소보에 파견되는 어느 한 남자, 빈센초의 이야기. 나폴리가 고향인 빈센초와 그의 가족은 희망을 갖는 것 자체가 사치일만큼 가난한데 영화 속에서는 그가 웃는 모습조차 거의 볼 수 없다. 빈센초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의 표정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무표정하다. 인물들의 무표정처럼 별다른 클라이막스도 없지만, 장면이 하나씩 하나씩 지나갈수록 슬픔이 점점 커졌다. 눈물도 살짝 고였는데 그 이유로 첫번째로는 영화가 슬펐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영화가 지루해서 하품이 자꾸 났기 때문. 후자가 더 큰 이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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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비주류영화제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땅에 부는 바람'은 무척 어려운 영화였다. 많은 부분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끝나버려서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남겨주었다. 어떤 희망도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의 불행함이 어떤 것인지, 그런 상황 속에서 또다른 절망을 맞닥뜨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지루했지만, 본 후의 여운은 굉장히 강한 영화였고, 그래서 이 영화를 잊을 수가 없으며, 결국엔 '획기적인 사건'으로까지 발전한(?) 셈이다.

여태껏 내가 본 수 편의 이탈리아 영화들 중에서 이탈리아의 참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였다. 실제로 이탈리아에 가서 몸으로 직접 체험한 분위기가 놀라울만큼 똑같았다. 분명 '이탈리아'라는 세상 안에 있는데도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을 정도였다. 그 곳의 '땅에 부는 바람'을 느끼며 비로소 정신을 차린 나는, 때마침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던 이탈리아 청년을 보며 빈센초의 슬픈 얼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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