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2013년 12월 25일 ~ 12월 29일)에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을 여행했다. 위 지도에 빨간 표시를 해둔 곳이다. 이름은 이시가키. 일본 땅이지만, 대만에 더 가깝고, 우리나라의 최서단보다도 서쪽에 있다. 일본 본토에서 멀고, 옛 류큐 왕국의 흔적이 남아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이국적인 미가 있는 곳이다.

 

 

 

국적기는 비싸고, LCC는 남은 표가 없어서 부득이 일본항공으로 도쿄를 경유해서 갔다. 도쿄 도착 전, 하늘에서 본 후지산.

 

 

 

이시가키에 가기 전, 오키나와에서도 하루 머물렀다. 아내는 처음이지만, 나는 오키나와에 두 번째로 간 것이다. 처음 갔을 때는 2월이었음에도 햇빛이 강하고 따뜻했는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날씨가 흐리고, 비도 왔다. 숙소로 가기 전 들른 잔파미사키 등대에서...

 

 

 

 

우리가 오키나와에서 머문 곳은 '카푸 리조트 후차쿠'라는 콘도다. 전형적인 일본식 아파트(맨션)의 실내 구조다. 요리나 설거지를 하며 거실의 가족과 얘기할 수 있고,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어 편하다. 나도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된다면, 구조를 일본식으로 꾸미고 싶다.

 

 

 

츄라우미 수족관 구경 후 잠깐 맑개 갠 하늘. 오키나와는 날씨가 좋을 때와 흐릴 때의 분위기 차이가 매우 큰 곳이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아내에게도 오키나와의 푸른 하늘과 투명한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츄라우미 수족관 주변에 있는 '사계의 색四季の彩'이라는 식당에서... 음식도 맛있지만, 건물과 정원이 참 아담하면서도 예뻤다. 곳곳에 '시사'라는 상상의 동물을 수공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팔기도 했다.

 

 

 

이제부터 이시가키다.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한 시간을 날아야 도착하는 곳

 

 

 

평소 아내는 내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먹으면 엄청 구박하는데, 여행 중에는 아내가 나보다 더 이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다. 오키나와 특산물인 '베니이모(자색 고구마와 비슷)'로 만든 아이스크림

 

 

 

 

 

아쉽게도 이시가키마저 파란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 야속하게 느껴졌다.

 

 

 

이시가키는 '이시가키규'라는 소고기가 유명하다. 날씨에 대한 아쉬움을 먹는 것으로 달랬다.

 

 

 

이시가키에서의 두 번째 날에 드디어 하늘이 나타났다. 이 날 일정은 이시가키 주변에 있는 '타케토미'라는 섬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의 메인이다. 스물 한 살 때 일본 영화 <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를 보고, 이 섬 여행을 꿈꾸었다.

 

 

 

도착하자마자 무지개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날씨에 대한 야속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

 

 

 

관광객들을 끌고 다녀야 하는 불쌍한 소. 우리나라 소랑 많이 다르게 생긴 이 녀석이 바로 이시가키의 소다.

 

 

 

타케토미 섬에는 신식 건물이 한 채도 없다. 게다가 대부분 단층 집이다. 현지 섬 주민들은 빨간 지붕의 옛 가옥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며 욕심 없이 살아가고 있다.

 

 

 

타케토미 섬은 작다. 여의도와 비슷하려나? 차가 몇 대 없어 차도에서도 시원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 자전거를 타본 적이 별로 없는 아내도, 내 니트를 빌려 입고 씽씽 달렸다.

 

 

 

 

타케토미 섬의 경양식당. 홀로 서빙과 요리와 계산까지 다 한 사장은 본토 도시에서 살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자 이시가키로 왔을 것 같은 아저씨였다. 나도 언젠가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 위해 사회 생활 중에 미리 미리 준비를 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케토미 섬의 투명한 바다. 영화 <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에서 보던 풍경보다도 더 푸르고, 아름다웠다.

 

 

 

모래사장에서 찾은 별 모양 모래

 

 

 

타케토미 섬의 고양이들은 꼬리가 잘려 있는 걸로 봐서 모두 사람에 의해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 내가 주는 물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 먹던 검은 고양이.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이곳 기온이 섭씨 15~20도 정도로 선선하여 외투를 입었지만, 2월만 되어도 맑은 날에는 25도를 넘는다. 즉, 홋카이도의 겨울부터 오키나와의 여름까지, 한 시기에 모든 계절을 담을 수 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의 땅 욕심이 참으로 밉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멋진 곳을 자기네 땅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타케토미 섬은 벽지 중의 벽지다. 굉장히 작은 섬이라, 일본 어디에나 있을 법한 편의점도 없다. 배를 타고 인근의 이시가키 섬에 가야만 생필품을 살 수 있다. 문명의 혜택이 적은 대신, 사람도, 동물도 이렇게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이야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며 사회인으로서 내 나름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더 큰 가치지만,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미련없이 자유를 좇고 싶다. 타케토미 섬을 여행하면서 이런 꿈을 품게 되었다.

 

Canon EOS40D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타케토미

2013년 12월 25일 ~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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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민정 2014.10.18 11:37

    내가 갔었을 때도 도착한 날 태풍 불기 시작해서 서울행 비행기에 몸 담자마자 해가 떠서 참으로 속상했더랬지 ㅎㅎㅎ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폭풍우 속에 차 빌려서 혼자 여기저기 운전하고 돌아다녔던 내가 대견스러움 ㅎㅎㅎ 내가 갔던 데도 많이 보이네. 다시 가고프다 오키나와!

    항상 생각하지만 동익이 블로그 참 잘 꾸려나가는 거 같아 +_+

    • corvo 2014.10.21 01:11 신고

      오 반가워! 그리고 와줘서 고마워! 뭔가 올리고 싶은 글과 사진은 많은데... 만날 차일피일.ㅠㅠ 다음에 또 오키나와에 가게 된다면 그 때는 꼭 날씨가 좋기를! 페북에서 가끔 사진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너의 호주 생활기도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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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 신혼여행 1 - 몰디브 (Maldives)

 

신혼여행은 두 종류가 있다. 돌아다니는 여행, 그리고 쉬는 여행. 나는 원래 신혼여행지로 남유럽이나 캐나다에 가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싶었고, 몰디브 같은 휴양지는 아내가 원한 것이었다.

 

이는 철저히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지금 나는 아내의 뜻을 따라 후자를 택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일단 성공 확률이 낮다. 유부월드의 친구들을 보면, 전자를 택한 부부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싸우고, 하루 이상은 어색한 침묵을 겪으며 여행을 망친다고 한다. 그리고 후자의 여행을 한 번 더 가려고 한다고...

 

무엇보다 나는 신혼여행으로 몰디브와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근심 없이 쉬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가치를 다시 갈망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이런 바다 풍경이 제일 먼저 보였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가끔 천둥번개까지 치는 스콜이 내리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장을 보태면, 마치 영화 <라이프오브파이>에서 바다 한 가운데 고립되어 육지와 문명을 찾던 주인공, 파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조식은 숙박료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영국 유학 시절 많이 먹었던 레드빈과 해시브라운 감자튀김, 소시지, 베이컨, 게다가 동남아식 볶음밥과 면까지... 심지어 김치도 먹을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총집합이다.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며 휴식 중

 

 

 

 

 

몰디브의 리조트에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호텔 안에도 즐길 거리가 제법 많다. 맨 아래 사진은 아내가 무리하게 포즈를 잡고 당구를 치는 모습.

 

 

 

그래도 역시 메인은 바다다. 특히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노클링을 했다. 더 멀리, 더 깊은 곳까지 가서 바다 속을 구경하고 싶었다.

 

 

 

 

아내가 마사지를 받는 동안 나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래 생각, 사람 생각도 하고, '리조트는 물과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받지?', '쓰레기는 어디다 치우지?' 이런 호기심도 가져 보고... 물론 가장 지배적인 생각은 '언제 마사지가 끝날까?'였다.

 

 

 

 

바베큐 음식을 하는 곳. 원하는 고기와 생선, 야채 등을 집어서 요리사에게 주면, 구워서 갖다주는 방식이다.

 

 

 

 

요트는 몰디브 리조트를 떠나기 전 날 저녁에 탔다. 몰디브에 있는 동안,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가 몰디브를 떠나는 날에 체크인하여 들어오는 사람들이었다.

 

 

 

 

리조트를 떠나고, 싱가포르로 가기 전까지 반나절 정도 시간이 남았다. 수상 비행기를 타고 말레(몰디브 수도)로 돌아왔더니 말레 투어를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계심 반 호기심 반의 기분으로 투어 가이드를 따라 말레를 구경했다. 위 두 사진이 바로 말레에서 찍은 것이다.

 

말레는 그냥 사람 사는 곳이다. 여의도보다 작은 섬에 10만 인구가 살아가니, 건물과 사람의 밀도가 상당하다. 게다가 몰디브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가 스리랑카, 인도인데 거기조차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비좁은 섬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가엽게도 느껴졌다. 현지인과 여행객의 삶의 괴리가 이만큼 다른 곳이 또 얼마나 있을까?

 

새삼 결혼을 하고,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사실 이 때도 '내가 과연 이런 여유를 만끽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죄책감이 한 켠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 때와 같은 여유를 다시 만끽하려면 오랫동안 사회에서 풍파도 겪고, 성과도 이루어야 하겠지. 다시 가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나 자신에게 더욱 정당해지고 싶다.

 

Canon EOS 40D

몰디브

2013년 6월 2일 ~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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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루 2014.10.23 03:37

    사진이 너무 이뻐서 내가 다 다녀온것 같아- 가고싶다!!! @-@

    • corvo 2014.11.07 08:49 신고

      앗, 폐가가 되어가는 블로그를 잊지 않고 구경해줘서 고마워~ 이제 의사 되셨나? 미국에도 좋은 데 많지만, 휴가 얻으면 몰디브 싱가포르도 가보길!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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