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와의 축구 원정경기를 TV로 보면 어김없이 '현지 사정으로 화면이 고르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그 때마다 '정말 멀고 낯선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있지만, 테헤란로로 이란을 떠올린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외국생활을 하면서 아랍인들을 만났을 때, 처음에는 아랍인들과는 친해지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글씨와 종교, 히잡이나 차도르를 둘러쓰는 것에서 강한 이질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게는 유난히 아랍 친구들이 많다. 아랍인들은 하나같이 정이 많고 따뜻하다. 당연히 아랍이란 나라에도 흥미가 생길 수밖에... 그래봤자 중동 국가들의 수도밖에 모르는 수준이지만, 분명 그 이후로는 아랍을 낯선 곳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천국의 아이들'도 그런 흥미로 보게된 영화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의 '알리'라는 아이가 여동생의 낡은 구두를 수선해 오다가 잃어버리고, 새 운동화를 상으로 받아 여동생에게 주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이야기. 인간미가 느껴지는 영화,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잘라놓은 듯한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단순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동생에게 구두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알리의 모습, 그리고 그런 알리에게 화도 못내며 같이 우는 여동생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천국이란 곳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인터넷이 널리 퍼진 이후에 순수함을 잃어가는 요즘 한국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기도 했지만...

최근에 '천국의 아이들2'가 개봉됐다고 한다. 또다른 남매의 또다른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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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혜연 2010.12.27 21:15

    맞아요! 어느나라 아이들이나 순수하고 착한데 이란아이들도 이슬람율법통치하에 신음하고있지만 마음만은 순수하고 소박하니 저로서도 참 감동적이라고 할수있네요?

    • corvo 2010.12.30 13:08 신고

      중동 사람들이 눈이 커서 그런지 아이들 눈도 무척 초롱초롱해 보이고 귀엽더군요. 중동 사람들을 만나면서 문화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무척 많았는데, 그래도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들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2. 이삭 2013.06.09 12:30

    안녕하세요!
    천국의 아이들 영화를 애타게 찾고있는 1인입니다ㅠㅠ
    내일 아는분들과 같이 보기로 한지라..
    너무 오래된영화라 그런지 아님 제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지 당췌 찾아지지가 않네요..
    reina1bin@gmail.com
    으로 영화파일 보내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은혜잊지 않을게요^^

    • corvo 2013.06.10 20:16

      안녕하세요? 제가 해외에서 오늘 귀국하여 이제 댓글을 확인했네요. 이미 이삭님이 댓글을 쓰신 날을 기준으로 하면 내일이 지났는데..ㅠㅠ 일단 네이버 대용량 첨부로 시도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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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시네코아에서 단독으로 개봉한다는 이 영화의 포스터를 우연히 보고, 그 자리에서 망설임없이 곧바로 예매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볼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사카모토 류이치, 그리고 미야자와 리에 콤비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타당했다. 각각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설가, 뮤지션, 여배우니까... 미야자와 리에의 경우 나카타 히데토시와의 술자리 키스 사건(!)으로 실망하긴 했지만... 뭐 어디까지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라고 애써 주입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하루키의 소설 중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미야자와 리에가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남자인 나로서 눈이 즐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은 지루했고, 분명 '재미있는 영화'와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본 그 어느 영화들보다도 색채가 짙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도시의 일상 속 무미건조한 고독'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차가운 피아노 선율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고, 심지어 영화가 끝나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에도 나는 그 색채의 여운에서 한참동안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영상미가 매우 뛰어났고, 연출자가 하루키의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기울였는 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영화는 고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나의 경우 특히 연애에 대해서... 지난 해까지만 해도 나는 연애를 할만큼 마음이 여유롭지도 않다고 생각했고, 연애는 귀찮은 것이라고 믿었다. 연애에 흥미가 생긴 것은 올초부터였다.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 지, 연애가 해보고 싶어졌다.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연애를 한다면 여자친구가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마음이 혼자일 때보다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났더니 어느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었다.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으니까... 그저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토니 타키타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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