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앞 골목에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식당이 하나 숨어 있다. 이름은 Bistro6942. 일본인 셰프와 한국인 오너 부부가 운영하는 서양 가정요리집이다. 그라탕, 카레, 롤 캐비지, 함박 스테이크, 스파게티 등이 주 메뉴인데, 흔하디 흔한 경양식 집에서 먹는 것과는 맛이 많이 다르다. 데미그라스 소스와 함께 끓인 함박 스테이크도 그렇고, 샐러드, 콩소메 수프 등 모든 서양 요리가 철저히 일본풍으로 조리되어 나온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이대생들뿐 아니라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도 많이 찾고 있고, 나 역시 트위터에서 일본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Bistro6942에는 '아담하고 소박한 식당'을 뜻하는 단어 'Bistro'의 본질이 잘 살아있다. 우선 하얀 내외부와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감각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따뜻한 기분이 든다. 테이블도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 편안하게 먹을 수 있고, 가격도 1인당 10,000~12,000원 정도로 착하다. 게다가 이따금 훌륭한 음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 단골로 오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참 정겹고 오손도손해 보인다.

 

어쩌면 이곳은 서울보다는 유럽 남부 지중해 같은 곳에 있어야 여러모로 더 어울릴 가게인지도... 그래도 나로서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어 다행이다. 지구 어디에 있어도 다른 어딘가가 그리워지는 것이 운명인 나에게, Bistro6942는 나의 미각은 물론, 오감과 감성을 치유해줄 훌륭한 식당이다. 자주 들러 어서 이곳의 모든 메뉴를 먹어보고 싶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3길 12-4

 전화번호

 02-363-6942

 영업시간

 11:30 ~ 22:00

 휴업일

 매주 월요일, 홀수 주 화요일

 홈페이지

 http://www.bistro6942.jimdo.com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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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lly 2013.04.07 02:14

    나도 여기 무척 마음에 들었음! 히히 조만간 또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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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마라톤에 도전하다

내가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것은 작년 10월이다. 그런데 '하프'라는 단어의 어감 탓인지,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느낌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넉 달 만인 올 2월, 진짜 성공을 하고 싶은 마음에 기어코 일본까지 가서 도전했다. 바다 건너 살던 생활이 늘 그리운 나는 가깝고 익숙한 일본에서 종종 힐링을 하는데, 이번에도 첫 풀 마라톤 도전지로 오키나와를 택하여 힐링과 생고생을 동시에 하고 왔다. 때마침 진에어가 오키나와 취항을 시작한 덕분에 10만원 대의 저렴한 경비로 다녀올 수 있었다.


마라톤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제법 큰 규모의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추첨으로 3만 명의 참가자를 선발하는 도쿄 마라톤 대회에는 무려 30만 명이나 신청을 하였고, 내가 이번에 참가한 2013 오키나와 마라톤 대회도 선착순 1만 5천 명이 금세 채워졌다. 나도 대회 3개월 전, 접수 시작 첫 날에 바로 신청했다. 10km 레이스도 아니고, 42.195km를 달리는 풀 마라톤 대회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수 만 명이 참가를 한다는 게 상당히 놀라웠다.

 


풀 마라톤 준비

대회 준비 기간이 연말 연시였던 탓에 훈련이 모자랐다. 모임도 많았고, 춥다는 핑계로 밖에서는 아예 뛰지도 않았다. 운동은 트레드밀에서 주 3회 5~8km를 뛴 것, 계단 이용(집 5층, 회사 4층, 학원 9층), 그리고 통근 시의 왕복 5km 도보가 전부다. 밥도 평소 대로 먹었고, 그나마 우유를 많이 마신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운동화는 쿠션감이 있는 마라톤용 러닝화를 새로 장만하였다.


오키나와에는 대회 전날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렌터카를 몰고 배번표와 기념품을 수령하려 대회장인 오키나와현 종합운동공원으로 향했다. 하늘도 파랗고, 기온도 영상 20도를 웃돌며,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는 기분 좋은 날씨였다. 진행 요원이 "간밧떼쿠다사이(힘내세요)"라는 응원과 함께 기념품을 건네주자, 기쁨과 긴장의 감정이 교차하여 소름이 돋았다. 이후 가볍게 해안가 드라이브를 한 뒤,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 욕조에 몸을 담그어 목욕을 했고, 허벅지와 무릎에 스포츠 테이프를 붙이고 나서 잠들었다.

 


오키나와 현지인들의 응원 덕분에 완주하다

대회장 주변은 물론이고, 주행 코스 내내 시끌벅적했다. 오키나와 현지 주민들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었다. 오키나와 전통의 에이사 춤을 추거나 북을 치는 아이들도 있었고, 중고등학교의 관악부 밴드도 있었고, '산싱'이라는 오키나와 악기를 연주하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일반 주민들도 곳곳에서 "간밧떼!"를 외치며, 초코렛, 바나나, 오니기리, 소금, 물, 얼음,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왼손에는 바나나, 오른손에는 물컵을 들고 처묵처묵 하며 달린 적도 있다. 바지 주머니가 작아 파워젤을 하나밖에 챙길 수 없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고마운 존재였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25~35km 구간에서는 영어 응원 소리도 자주 들렸는데, 그곳은 바로 오키나와 미군 기지였다. 34km 지점에서 어떤 백인 아줌마가 “FIVE MILES!”라고 소리친 게 응원 소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8km를 5마일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힘을 내어 달릴 수 있었다.

 


건 타임 기록(출발 총소리가 울린 시점부터 카운트)은 5시간 9분 5초, 넷 타임(개별 주자가 시작 지점을 통과한 시점부터 카운트)은 4시간 55분 51초다. 아쉽게도 풀 마라톤에서는 건 타임이 공식 기록인 모양이다. 순위는 완주자 8,576명 중 3,468위. 언덕이 너무 많아서 속도 조절이 어려웠지만, 10km를 1시간 10분 내외로 달리는 패이스는 끝까지 유지했다. 사실 러너스니(무릎통증)가 걱정되어 처음부터 일부러 천천히 달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천천히 달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시작 지점에 가까이 있었다면 건 타임도 4시간대였을 텐데…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다섯 시간 동안이나 뛰었더니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햇빛에 노출된 살이 벌겋게 타버렸다. 특히 얼굴은 고글이 가린 눈 주변과 나머지 부위의 피부색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무척 우스꽝스럽다. 창피해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고 있고, 부득이 마스크를 벗으면 어김없이 놀림받는다. 히말라야 등반 산악인 같다나 뭐라나? 어서 원래로 돌아왔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름 영광의 흔적이라 마냥 싫지만은 않다.

 

지금도 나는 또 다른 마라톤 대회의 접수 시작일을 기다리고 있다. 몸과 건강을 더욱 단련하여 다음에는 기록을 단축하고, 언젠가는 러너스 하이도 경험해 보고 싶다.

 

2013년 2월 17일

일본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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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냥 2013.02.28 20:17

    우왕...꼬르보님 마라톤 완주...^^
    축하드려요...
    저두 언젠가...하프마라톤에라도 도전해봐야할텐데...
    그전에 체력단련이라도 해둬야겠어요..ㅋ

    • corvo 2013.03.03 22:22 신고

      우와~ 이렇게 방문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엄냥님도 러닝에 관심 있으신 가봐요. 저도 이제 갓 입문한 초보입니다. 꼭 도전해 보시길!
      항상 엄냥님 블로그를 구독하며 여행 사진과 일상 사진 잘 보고 있어요. ^^

  2. Elly 2013.02.28 23:59

    풀코스 완주 다시한번 축하축하!!! 자랑스러워요 :) 짝짝짝 (히말라야인 같다고 그만 놀릴께요 ㅋㅋ)

    • corvo 2013.03.03 22:23 신고

      고마워요! 4월 13일 이전까지 얼굴이 원 상태로 돌아와야 할텐데 걱정이네. 그래도 요즘은 덜 히말라야인 같지 않나요? ㅋㅋ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3.15 13:15

    마라톤 완주!!
    너무 멋진걸요^^
    잘 보고 갑니다!

  4. pennpenn 2013.03.15 18:51 신고

    마라톤을 완주하시다니 완전 무쇠다리를 가졌어요
    금요일 저녁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 corvo 2013.03.21 16:27 신고

      감사합니다!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불과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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