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터키 & 그리스 태교여행 1 - 이스탄불에서 미코노스로 (Istanbul to Mykonos)

 

미코노스 섬에 대해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 등장한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함께 읽은 책인데, 하루키는 30년 전, 유럽 체류 중 미코노스에 세 번이나 들렀고, 한달 반 동안 머물며 집필 활동을 했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잠들지 못해도 마냥 즐겁고, 비수기인 겨울에는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집중이 잘 돼서 좋았다고...

 

미코노스보다 더 유명한 산토리니에도 가고는 싶었지만, <먼 북소리>를 재밌게 읽은 우리 부부는 이 섬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스무살 때 2종 수동 운전 면허를 땄다. 오래 전부터 수동 기어 운전에 로망을 품고 있었고, 미코노스 섬에서 수동 기어 렌터카를 호기롭게 빌렸는데... 이게 여행 기간 중 최대의 위기였다.

 

십 년 만에 수동 기어로 운전하려니 처음에는 감이 전혀 살아나지 않았다. 시동이 자꾸 툭툭 꺼지거나, 차가 덜덜거렸다. 좁은 커브길과 언덕길이 대부분인 미코노스에서 수동 기어로 운전을 하려니 어찌나 겁이 나던지...

 

몇 차례 길을 헤매면서 결국 수동 운전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 동안 아내는 몹시 불안해 했고, 내 등에서도 식은 땀이 났으며, 다른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는 대신 비웃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화를 내지 않고, 조수석에서 침착하게 있어준 아내가 새삼 보살처럼 느껴졌다.

 

 

 

렌터카를 몰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첫번째 해변. 여기 이름은 오르노스Ornos 해변이다. 미코노스에는 이렇게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해변이 여러 군데 있는데, 특별한 컨셉을 가진 해변도 있다. 클럽이 있는 해변은 물론이고, 누드 비치, 심지어 게이 전용 비치도 있다. 오르노스 해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올 수 있는 곳. 다른 해변과 비교했을 때, 젊은 연인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아내도, 거의 매일 오르노스 해변뿐 아니라 미코노스 섬의 여러 해변에 들러 유유히 헤엄을 치며 놀았다. 오르노스 해변에는 마사지를 하는 중국계 마사지사가 돌아다녔는데, 아내는 40분 동안 마사지까지 받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여기는 칼로 리바디Kalo Livadi 해변. 우리가 머문 두 번째 호텔이 내려다보는 곳이고, 호텔 투숙객 전용 영역이 있다. 남은 영역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는데, 오르노스 해변에 비해 외딴 곳에 있어서 그런지 좀 더 한적한 느낌이었고, 연인보다는 부부나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

 

 

 

 

 

미코노스 중심가의 카보나키 호텔에 이어 두 번째로 머문 곳은 피에트라 에 마레Pietra e Mare 호텔이다. 절벽 위에 있는 곳인데, 에게해를 높이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점이 참 매력적인 곳이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자마자 다시 객실 밖으로 나와 클럽 샌드위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음식 자체의 특별함은 없지만, 적당히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신선놀음을 하며 먹을 수 있었다.

 

 

 

 

객실마다 인테리어가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가 머문 객실은 흰색의 모노톤이었다. 나름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거실과 발코니가 있는 넓은 객실이었지만, 9월 비수기로 접어들어 숙박비가 뚝 떨어진 덕분에 큰 부담 없이 머물 수 있었다. 침대와 욕실만 있는 코딱지만한 카보나키 호텔의 8월 성수기 숙박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발코니 끝에서 내려다본 칼로 리바디 해변. 바다 색깔의 그라데이션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칼로 리바디 해변은 오르노스 해변보다 수심이 얕아서 모래사장에서부터 바닷 속으로 더 멀리 헤엄칠 수 있었다.

 

 

 

미코노스에서는 3박 4일간 머물렀다. 떠나기 전 날의 해가 저무니 미코노스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비로소 느끼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키 아저씨는 에게해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는 소년 감성도 생겼다.

 

 

 

그리스에는 '우조Ouzo'라 불리는 전통 술이 있다. 그리스나 키프로스에서 나는 '아니스Anise'라는 열매로 담근 술인데, 해산물을 먹을 때 그리스 사람들이 정말 즐겨 마신다고 한다.

 

나는 낯선 향신료가 들어간 외국 음식도 아주 잘 먹는 편이라, 우조도 궁금해서 주문해 봤는데... 밀키스처럼 달콤해 보이는 색깔에 완전히 속았다. 약간 과장을 보태면 우조의 맛은 치약을 짜서 소주에 타먹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그리스 현지인들처럼 이 맛에 익숙해지리라!'하고 집념을 불태웠으나, 결국 반도 못 마시고 포기했다.

 

 

 

저녁 노을이 아니라 아침 노을이다. 미코노스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그리스 여행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식은 수블라끼 같은 전통 음식이 아니라, 바로 빵과 그리스식 샐러드다. 영국 유학 시절에는 빵이 딱히 맛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는데, 그리스와 터키 여행을 하면서 이쪽 빵이 한국 빵보다 훨씬 맛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영국은 빵조차도 제대로 못 만드는 나라인지도...

 

그리고 그리스에서는 샐러드를 먹을 때 오이와 토마토를 채썰지 않고, 두껍게 썰어먹는데, 페타 치즈와 함께 먹을 때의 식감이 의외로 괜찮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집에서 오이와 토마토, 양파, 올리브, 치즈 조합으로 간편하게 샐러드를 만들어 먹곤 한다.

 

 

 

미코노스 중심가로 돌아와 렌터카를 반납하고, 페리 항구로 이동했다. 배를 타고 에게해를 가로질러 가는 최종 목적지는 터키 보드룸이다. 그러나 미코노스에서 보드룸으로 바로 가는 배가 없어 도중에 그리스의 다른 섬에 들러 다른 배를 갈아타야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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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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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래 여행을 떠난 횟수보다,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항공권 환불 수수료를 낸 적이 더 많았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휴가를 받으려 할 때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쉼 없이 들어와 발목을 붙잡곤 했다.

 

작년 4월 말, 발리 여행마저 무산되고, 연이어 맡은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의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두 줄이 찍힌 임신테스터 키트 사진을 보냈다.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아 초조해 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출산 후에는 여행 기회가 더 줄어드는 게 자명한 현실이기에, 태교여행 만큼은 놓칠 수가 없어 아예 석달 전에 휴가를 신청했다. 휴가 직전까지도 회사 일에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태교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는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심지어 임산부인 아내 덕에 공항에서 패스트트랙 서비스도 받고 확실히 비행기에 탔다.

 

여행지는 터키와 그리스 섬. 여행 기간 내내 날씨가 맑고, 더위도 적당한 데다, 현지인들도 모두 친절하여 아무 탈 없이, 아무 근심 없이 쉴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2013년 신혼 여행 이후 장거리 비행기를 처음 탔다.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서 임산부인 아내는 비즈니스석에 태우고, 나는 이코노미석의 맨 앞자리에 탔다. 승무원들은 아내가 임산부라는 사실과 우리가 부부인 걸 알고, 무척 세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착륙 직전에는 나를 비즈니스석으로 옮겨주기도 했다. 감동적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를 대해준 승무원들에게 칭찬해 달라는 글까지 항공사 홈페이지에 올렸을 정도다.

 

 

 

오후에 이스탄불에 도착하여 호텔 체크인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하고 있었다. 임산부인 아내를 데리고 무리하게 걷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시내 구경 대신, 갈라타 교 주변에서 보스포루스 크루즈 투어를 했다. 크루즈 표 구입은 매우 쉬웠다. 갈라타 교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이 여행가이드북에 쓰인 가격보다 싼 값을 불렀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서쪽은 유럽, 동쪽은 아시아다. 아시아 쪽에서 뜨는 달이 유난히 붉고, 커 보였다. 보름달이라고 아내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고, 나도 덩달아 빌었다. 나는 가족의 안녕과 함께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라고 빌었는데, 아내는 뭐라고 빌었으려나?

 

 

 

대륙과 대륙, 유럽과 아시아를 잇기 때문에 여타의 현수교보다 훨씬 더 특별해 보이는 보스포루스 대교. 일찍이 아버지도 터키를 여행하신 적이 있어서 아버지와도 함께 카톡으로 이곳 사진을 교환했다.

 

 

 

이스탄불에서의 이튿날. 아쉽지만 그리스로 떠나는 날이기도 했다. 시간이 충분치 않아 아야소피아 성당만 구경하기로 하고, 대신 아야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가 모두 보이는 곳(Seven Hills)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원래 나는 사진 찍는 걸 매우 꺼리지만, 화창한 하늘 아래 옥상에서 밥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오랜만에 허세 넘치는 포즈를 취해 봤다.

 

 

 

아버지가 직접 여행하면서 사진으로 보여주신 곳 중, 실제로 가보고 싶었던 곳이 두 군데 있는데, 두 군데 모두 카톨릭과 이슬람이 섞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여기, 아야소피아 성당이다. 카톨릭과 이슬람, 여러 종교가 거쳐간 금빛 교회의 흔적이 역설적으로 무척 조화로워 보였다. 카메라에 담기에는 성당이 너무나도 크고 웅장했다. 에펠탑 본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참고로 다른 한 곳은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감질나는 이스탄불 구경을 마치고, 그리스 아테네를 경유하여 그리스 미코노스 섬으로 향했다. 유명한 산토리니 대신 미코노스를 고른 까닭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낸 기행문인 <먼 북소리>에서 미코노스 섬을 한 달 반이나 머물렀을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라 표현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택시를 탔더니 게이 커플과 합승을 시키고는 이 주변에서 내려줬다. 미코노스 중심가는 골목이 작아서 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숙소로 가는 길이 미로 같아서 헤맸지만, 석양을 보면서 잠시 릴랙스 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저녁을 먹으면 없던 입맛도 생기고,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섬에 와서 그런지 수블라끼 같은 그리스 전통 음식보다는 해산물이 더 당겼다. 미코노스 섬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인 Captain's에서... 적당히 시원한 밤의 바닷바람이 입맛을 더 돋구었다.

 

 

 

여행 셋째 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창 밖으로 귀여운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머리만 빼꼼 내밀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여워서 방문을 열고 나가 다가갔더니 다른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어른 고양이와는 달리 아직 어려서 경계심이 많았다.

 

 

 

우리가 미코노스에서 머문 첫 번째 숙소 이름은 '카보나키 호텔Carbonaki Hotel'이다. 호텔의 아침 키친. 나중에 이런 인테리어 컨셉으로 흉내를 내 보고 싶다.

 

 

 

호텔 주변의 골목길. 음식점, 수공예품, 올리브 오일이나 비누 등을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다. 산토리니 못지 않게 미코노스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매년 흰색과 파란색 페인트로 골목을 가꾸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색감으로 펜션을 꾸며놓은 데가 많이 있던데, 그 펜션들이 싼마이 같아 보일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뿌연 하늘 탓이 아닐까? 미코노스의 하늘은 정말 물감처럼 파랗다.

 

 

 

미코노스에는 리틀 베니스라 불리는 골목이 있다. 해변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마을인데, 여기서 수수한 분위기의 식당을 찾아 그리스 음식을 먹었다. 왼쪽은 수블라끼Souvlaki, 오른쪽은 무사카Moussaka다. 둘 다 기본적으로 빵과 각종 구운 고기를 함께 먹는 단순한 음식인데, 맥주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저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미코노스의 해변. 미코노스뿐 아니라 여행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수욕을 했다. 이날부터 중심가를 빠져나와 렌터카를 몰고 본격적으로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행 기간 중 최대의 위기에 빠진 날이기도 하다.

 

*다음 글: 터키 & 그리스 태교여행 2 - 하루키가 사랑한 미코노스에서 (Mykonos, 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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